진짜

진짜가 되고 싶었다. 직접 해보고 싶었다. 공모전에서 줄기차게 머리에서 새어나오는 대로 내뱉었던 것과, 실제 액션과의 차이.
'왜 이렇게 했지? 이리이리이리 하면 되잖아'
언어로 풀어내려진 것과 실제 현실로 이행되는 것에는 어마어마어마어마어마한 Gap이 존재한다.

예전의 나는 그걸 '그런게 있겠거니' 라고 생각했었다.

레고로 치면 '비룡성' 매뉴얼 vs 다 만들어진 비룡성 그 자체

레고는 그나마 낫다 블럭들이 정해져 있으니.

현실세계에서는, 블럭에 색을 칠해야 하고, 쪼개거나 합쳐야 한다.
블럭이 없으면 찾아내야 한다. 
찾아도 없으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다시 뜯어내기도 하고 중간에 부숴지기도 하고 블라블라
레고라는 비유 자체가 웃긴 것이다. 이건 그대로 하기만 하면 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뭉텅뭉텅한 찰흙같아서, 세심한 손길과 끊임없는 인내를 필요로 한다.
살아 있는 유기체다 마그리트의 그림을 떠올리게 하는 - 그 그림이 참 적합한 것 같다
언제가 통제가 불가능할만큼 커진 그를 보게 될 것이다. 뿌듯할 것이다. 창조주로서.  

이런 기회를 얻은 것에 이런 경험을 하고 있는 것에 감사드린다(누구에게?). 그냥 누구에게라도 감사하고 싶은 심정이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나락 일보 전까지 쓸려 내려왔다가도,
그 깊은 곳 바닥을 투웅 치고 올라가 다시 숨을 쉬는 그 느낌이 참 좋다.
언제나 100% activated는 어렵다. 내가 그걸 못하는데 남에게 기대해서는 안되지 않은가.
조금더 멀리보자. 조금 더 여유를 갖자. 이건 장기전이다. 한달 두달 하고 말 일이 아니다.

굉장히 많은 자양분을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 몇년 후에 돌이켜보면 나는 스펀지처럼 무언가를 흡흡 빨아들이고 있었구나 할 지도모른다. 평택의 한 시골 방안에서, 내또래 온갖 청춘들을 볼 수 있는 매장에서, 나의 친구들 그리고 동반자들에게서. 지금 아프고 쓰라리고 한 것들은 성장통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가볍다. 순간 심각한 갈등들이 뒤돌아보면 그냥 그때 좀 기분나빴지 하고 말 것들이라 생각하면 조금 더 여유가 생긴다. 그 여유가 왜 진작 생기지 않는지, 그릇이 이정도밖에 안되는지 한편으로는 나 자신에게 실망스럽기도 하다. 아직 그릇이 작다. 더 배워야 한다. 더 커야 한다.

동업자란 표현은 한정적이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 '일 때문에' 같이 있는 사람들인 것만 같다. 그들이(그리고 내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커갔으면 한다. 삶을 같이 누렸으면 한다. 즐거운 일에 기뻐하고 안좋은 일에 슬퍼하고, 옳지 못한 일에 분노하는 영혼이 되었으면 한다. 아직은 자기 앞가림도 서투르지만, 사회의 앞가림을 고민하는 삶을 '같이' 누렸으면 한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난 무엇을 원하는지. 아니 원하는 건 많은데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매력적인 삶들은 많이 존재하고, 욕심 많은 난 항상 무언가를 놓치는 것에 대해 안타까울 따름이다(정말 시간은 금인데 처져 있으면 안되는데).

귀납법식으로 말한다면, 여태까지 선택한 삶에 후회는 없었다 - 후회없도록 만들었으니까 - 그러니 앞으로도 후회없는 삶을 살게 될 거야 . 뭐가 튀어나올진 모르겠지만, 일단 가는 방향을 선택한다 - 무언가 재밌는게 나올 것 같으니까 - .
물음표 상자가 위에 떴는데 열어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가면 쓰겠는가.

by 골드문트 | 2009/09/03 16:44 | 넘실넘실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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