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기 위해 남긴다

한 사람의 죽음을 접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 내가 속한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라는 질문에 대답할 길 없어 막막하고 한없이 부끄럽다.

'사상'에 있어서 나는 그저 범인에 지나지 않는다. 내 삶을 통틀어서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내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내가 속한 세상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내 선택에서 우선순위는 차가울만큼 명확하다. 선택의 기로에서 '내'가 우선시 되는 것을 (자랑할 만한 건 아니지만) 부정하지 않았다. 무언가 뛰어드는 것 - 가치 위계가 흔들리는 것 - 이 두려웠다. 정확히는 내가 구축해놓은 혹은 예쁘게 구축할 예정인 삶의 흐름이 흔들리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

람이랑도 얘기했었지만, 가끔 그게 행복한 삶인지 고민하곤 한다. 돈을 많이 벌어서 그걸로 나는 내 시간을 사. 내 시간으로 나는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 정말 멋지지 않아??'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고민한다. 어떤 걸 하고 싶은지 고민한다. 돈을 많이 벌면 좋은 일 많이 해야지. 근데 많이 버는 건 언제지? 그때쯤이면 내 삶은 어떻게 변해있지? 나는 어떤 모습이지?

확실한 건 그것이다. 10대의 나에 비해 지금의 나는 똑똑해졌겠지만, 그만큼 따뜻함을 잃었다. 성품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해심, 배려, 정의로움 등등등. 이렇게 살다가는 어렸을 적 내가 경멸의 눈빛을 보내는 그런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세상은 깨끗하지만은 않아' 라는 사실을 '이 멍청한 현실을 바로잡겠다. 적어도 떳떳하게 당당하게 살겠다' 라고 생각하던 고집센 어린 나는 몇년 만에 어느새 얼룩진 세상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있음을 발견한다.

생각해왔다. 죽음이 아름다운 삶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라고. 나의 삶이 끝났을 때 내 사람들이 나를 애도해주고,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어. 아름다운 삶을 살았어' 라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나의 삶이 나의 죽음 이후에 더욱 더 빛날 수 있다면 그게 정말 멋진 삶이라고. 지금 나는 그런 삶을 준비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답할 길 없어진다. 어디서부터가 무엇이 문제였는가.

Ethics 를 반타작하면서 생각했다. 내가 왜 이걸 반도 못맞추었을까. 천천히 검토해보면 상식 선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 상식의 결여다. 이건 정말 몰상식한 거다. 지금 나의 문제는 내가 좌우 어디쯤에 서있느냐가 아니라 상식이 있냐 없냐 이다. 'Susan이 Client의 불법 행위를 알았을 때 바로잡아야 할 의무가 있는가?'  내가 왜 이러한 걸 고민하고 있는 걸까. 그건 아마 최근 나의 삶의 선택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터진 입이라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지껄이고 다녔던 걸 생각하니 한없이 부끄럽다.


1. 능력과 문제의식을 가진 자
2. 능력은 있지만 문제의식 따위 없는 자
3. 능력은 없지만 문제의식을 가진 자
4. 능력도 문제의식도 없는 자

1번이 될 수 없다면 3번이라도 되어야 하겠다. 4번은 최소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나, 2번은 사회악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최소한 상식은 있어야겠다. 적어도 옳은 일에 기뻐할 줄 알고 그른 일에 분노할 줄 아는 사람은 되어야겠다. 그래도 대체로 무해한 사람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영결식을 보고 드는 어지러운(그러나 강렬한) 생각들을 살아가면서 앞으로도 잊지 않기 위해 남긴다. 삶의 마지막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삶을 사신 그 분이 부럽다. 존경스럽다. 진실한 마음으로 애도를 표한다.



덧,

"그저 대통령 하나 죽었을 뿐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아 나는 네가 내 친구라는 것이 부끄럽다. 나는 네가 사회를 이끄는 사람이 되는 것이 두렵다. 

by 골드문트 | 2009/05/30 09:53 | 넘실넘실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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