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6월 23일
현명한 태희누나
강남역을 걷고 있었다. 문득 왼쪽을 보니 화장품 가게에 도배된 수많은 김태희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굉장히 바쁘다. 강남역의 수많은 사람들을 야릇한 시선으로 노려볼 뿐만 아니라 사과를 들고 큰 눈망울로 뭇남자들을 괴롭히고 현대백화점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마스카라를 칠하며 싸이언을 들고 엉성한 춤을 춘다. 사실 김태희 춤추는 거 완전 이상하더라. 아니 난 귀엽던데 왜. 그래도 저 춤 추면 몇십억씩 받잖아. 하긴 그건 그래. 나라도 추겠다. 너가 춤을 추면 그건 외부불경제야 임마. 레드망고에 들어가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시킨 후 대화는 그녀의 출연작으로 이어졌다. 근데 도대체 김태희가 뜬 작품 뭐뭐 있는거야? 천국의 계단 말고, 그건 조연이었잖아. 람은 한참을 생각하다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를 내세웠다. 난 TV를 잘 안보니까 뭐가 재미있었고 인기있었는지 잘 모른다. 응 그런가 보다. 근데 영화는 하나같이 망하지? 야 어제 강철중 봤는데 재미있었어. 설경구 역시 짱이더라. 근데 김태희는 설경구랑 같이 나왔는데도 망하다니 그것도 굉장한거지.
오늘 씨네21을 뒤적거리다가 강철중- 아니 설경구의 인터뷰를 읽었다. 한 기자가 물었다. 싸움의 흥행참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강철중은 말했다.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다만 태희가 걱정된다. 악플 달리는 애들 다 때려주고 싶더라.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김태희 병신!이 아니라 (난 영화 보지도 않았으니..) 이후 특별한 성공적인 작품활동을 보여주지 않는 어여쁜 선배님이 어색한 춤 몇번 추고 몇십억을 땡긴다는 사실이다. 사실김태희는 운이 좋다. 그동안 '서울대' 출신으로 성공한 여배우들이 없었으니 자신이 '최초'인 셈이다. 최초가 누리는 어드밴티지란 대단하다. 사실 개인적으로 김태희만큼 예쁜 외모를 가진 연예인은 쌔고 쌨다고 본다. '서울대'라는 타이틀이 그녀를 타 연예인보다 1.5배 2배 혹은 제곱으로 만들어 버린다. 물론 김태희 정도의 외모니까 가능한 시나리오이지만.
어쨌든 그녀는 연예인들 중에서도 차별화된 매력을 소유하고 있다. 기업은 그녀를 빌려 이미지를 찍어내 상품에 덧입히고 대중은 상품을 산다.
그럼 이 역학관계에서 진정한 승리자는 김태희인가 아모레퍼시픽인가. BC카드인가 싸이언인가 아니면 그녀의 어색한 춤을 보는 우리인가. 김태희가 나타남으로써 물건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올라가는 것은 가격이다. 이미지는 가격을 정당화시킨다. 이런 땡큐베리머치 레이디가 어디있어. 기업은 그녀를 탐했고 그녀는 2007년 CF로 50억을 벌었다.
김태희가 지금 거의 절정이라고 보는데. 혹은 절정에서 내려왔을 수도있어. 그러면 이제 그만 접고 튀는게 낫지 않겠냐? 노현정처럼? 뭐 그럴 수도 있고. 어쨌든 정상에서 그만두는게 가장 멋지지. 그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어서 그렇지. 사실 잘 모르기도 하잖아? 자기 삶의 굴곡을 자기가 어떻게 알아. 나 애인한테 차였어. 이로 인한 고통은 약 89일 정도 지속될 것 같아. 그 기간이 지나면 다시 대세상승기가 올거야. 이렇게?
정상에서 내려온다는 생각은 아직 해본적이 없다. 난 optimist라서, 내일이 오늘보다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을 항상 하거든. 어쨌거나 사랑도 할부가능하게 만드는 김태희가 당분간 돈을 더 많이 벌 것임은 분명하다. 미모는 감가상각되지만 돈은 복리로 불어나니, 그녀는 굉장한 차익거래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녀는 '정말로' 현명하다.
덧, CF퀸으로 우뚝선 그녀도 부동산 / 건설경기 침체앞에선 어쩔 도리가 없나보다. 대우건설 CF 계약했는데 푸르지오 미분양 났더라 ㅉㅉ마케팅 담당자 죽고싶겠어..
# by | 2008/06/23 22:19 | 넘실넘실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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