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Ends

9월은 참 싱숭생숭하다 - 라고 첫마디를 시작하고 보니 매년 9월마다 감정의 진폭이 컸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그린데이의 노래를 들으며 휘갈겼던 매년 9월의 '격한' 글들이 하나씩 있을 거다.

미운정 고운정 들었었던 형들 두명이 회사를 그만둔다. 카페에선 이제 겨우 7주인데 한명이 연을 놓는다. 약간 이런 느낌이다. 나는 그대로 있고, 나의 속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와 맞지 않는 혹은 각자의 속도 때문에 스쳐 지나가게 되는 인연들이 존재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스물다섯이면 이제 어른쯤 된다. 현실은 웃음 가득한 공간일지라도, 저들마다의 삶의 고민은 누구도 대신 져주지 못할 것이다. 나로선 이해할 수 없는 그의 결정도 자신의 삶을 건 고민 끝에 나온 선택일 것이다. 나로서는 알지 못하는 현실의 무게를 그녀는 지탱해나가고 있을 것이다. 그냥 그런 거. 나는 나의 관점으로만 타인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좀더 떨어져서 그들에게 공감해주지 못한 것 같다.

alice's calling

완결되지 못했지만 그냥 이렇게 흔적대로 남겨둔다.

by 골드문트 | 2009/10/20 22:13 | 넘실넘실 | 트랙백

진짜

진짜가 되고 싶었다. 직접 해보고 싶었다. 공모전에서 줄기차게 머리에서 새어나오는 대로 내뱉었던 것과, 실제 액션과의 차이.
'왜 이렇게 했지? 이리이리이리 하면 되잖아'
언어로 풀어내려진 것과 실제 현실로 이행되는 것에는 어마어마어마어마어마한 Gap이 존재한다.

예전의 나는 그걸 '그런게 있겠거니' 라고 생각했었다.

레고로 치면 '비룡성' 매뉴얼 vs 다 만들어진 비룡성 그 자체

레고는 그나마 낫다 블럭들이 정해져 있으니.

현실세계에서는, 블럭에 색을 칠해야 하고, 쪼개거나 합쳐야 한다.
블럭이 없으면 찾아내야 한다. 
찾아도 없으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다시 뜯어내기도 하고 중간에 부숴지기도 하고 블라블라
레고라는 비유 자체가 웃긴 것이다. 이건 그대로 하기만 하면 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뭉텅뭉텅한 찰흙같아서, 세심한 손길과 끊임없는 인내를 필요로 한다.
살아 있는 유기체다 마그리트의 그림을 떠올리게 하는 - 그 그림이 참 적합한 것 같다
언제가 통제가 불가능할만큼 커진 그를 보게 될 것이다. 뿌듯할 것이다. 창조주로서.  

이런 기회를 얻은 것에 이런 경험을 하고 있는 것에 감사드린다(누구에게?). 그냥 누구에게라도 감사하고 싶은 심정이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나락 일보 전까지 쓸려 내려왔다가도,
그 깊은 곳 바닥을 투웅 치고 올라가 다시 숨을 쉬는 그 느낌이 참 좋다.
언제나 100% activated는 어렵다. 내가 그걸 못하는데 남에게 기대해서는 안되지 않은가.
조금더 멀리보자. 조금 더 여유를 갖자. 이건 장기전이다. 한달 두달 하고 말 일이 아니다.

굉장히 많은 자양분을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 몇년 후에 돌이켜보면 나는 스펀지처럼 무언가를 흡흡 빨아들이고 있었구나 할 지도모른다. 평택의 한 시골 방안에서, 내또래 온갖 청춘들을 볼 수 있는 매장에서, 나의 친구들 그리고 동반자들에게서. 지금 아프고 쓰라리고 한 것들은 성장통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가볍다. 순간 심각한 갈등들이 뒤돌아보면 그냥 그때 좀 기분나빴지 하고 말 것들이라 생각하면 조금 더 여유가 생긴다. 그 여유가 왜 진작 생기지 않는지, 그릇이 이정도밖에 안되는지 한편으로는 나 자신에게 실망스럽기도 하다. 아직 그릇이 작다. 더 배워야 한다. 더 커야 한다.

동업자란 표현은 한정적이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 '일 때문에' 같이 있는 사람들인 것만 같다. 그들이(그리고 내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커갔으면 한다. 삶을 같이 누렸으면 한다. 즐거운 일에 기뻐하고 안좋은 일에 슬퍼하고, 옳지 못한 일에 분노하는 영혼이 되었으면 한다. 아직은 자기 앞가림도 서투르지만, 사회의 앞가림을 고민하는 삶을 '같이' 누렸으면 한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난 무엇을 원하는지. 아니 원하는 건 많은데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매력적인 삶들은 많이 존재하고, 욕심 많은 난 항상 무언가를 놓치는 것에 대해 안타까울 따름이다(정말 시간은 금인데 처져 있으면 안되는데).

귀납법식으로 말한다면, 여태까지 선택한 삶에 후회는 없었다 - 후회없도록 만들었으니까 - 그러니 앞으로도 후회없는 삶을 살게 될 거야 . 뭐가 튀어나올진 모르겠지만, 일단 가는 방향을 선택한다 - 무언가 재밌는게 나올 것 같으니까 - .
물음표 상자가 위에 떴는데 열어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가면 쓰겠는가.

by 골드문트 | 2009/09/03 16:44 | 넘실넘실 | 트랙백

잊지 않기 위해 남긴다

한 사람의 죽음을 접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 내가 속한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라는 질문에 대답할 길 없어 막막하고 한없이 부끄럽다.

'사상'에 있어서 나는 그저 범인에 지나지 않는다. 내 삶을 통틀어서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내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내가 속한 세상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내 선택에서 우선순위는 차가울만큼 명확하다. 선택의 기로에서 '내'가 우선시 되는 것을 (자랑할 만한 건 아니지만) 부정하지 않았다. 무언가 뛰어드는 것 - 가치 위계가 흔들리는 것 - 이 두려웠다. 정확히는 내가 구축해놓은 혹은 예쁘게 구축할 예정인 삶의 흐름이 흔들리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

람이랑도 얘기했었지만, 가끔 그게 행복한 삶인지 고민하곤 한다. 돈을 많이 벌어서 그걸로 나는 내 시간을 사. 내 시간으로 나는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 정말 멋지지 않아??'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고민한다. 어떤 걸 하고 싶은지 고민한다. 돈을 많이 벌면 좋은 일 많이 해야지. 근데 많이 버는 건 언제지? 그때쯤이면 내 삶은 어떻게 변해있지? 나는 어떤 모습이지?

확실한 건 그것이다. 10대의 나에 비해 지금의 나는 똑똑해졌겠지만, 그만큼 따뜻함을 잃었다. 성품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해심, 배려, 정의로움 등등등. 이렇게 살다가는 어렸을 적 내가 경멸의 눈빛을 보내는 그런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세상은 깨끗하지만은 않아' 라는 사실을 '이 멍청한 현실을 바로잡겠다. 적어도 떳떳하게 당당하게 살겠다' 라고 생각하던 고집센 어린 나는 몇년 만에 어느새 얼룩진 세상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있음을 발견한다.

생각해왔다. 죽음이 아름다운 삶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라고. 나의 삶이 끝났을 때 내 사람들이 나를 애도해주고,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어. 아름다운 삶을 살았어' 라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나의 삶이 나의 죽음 이후에 더욱 더 빛날 수 있다면 그게 정말 멋진 삶이라고. 지금 나는 그런 삶을 준비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답할 길 없어진다. 어디서부터가 무엇이 문제였는가.

Ethics 를 반타작하면서 생각했다. 내가 왜 이걸 반도 못맞추었을까. 천천히 검토해보면 상식 선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 상식의 결여다. 이건 정말 몰상식한 거다. 지금 나의 문제는 내가 좌우 어디쯤에 서있느냐가 아니라 상식이 있냐 없냐 이다. 'Susan이 Client의 불법 행위를 알았을 때 바로잡아야 할 의무가 있는가?'  내가 왜 이러한 걸 고민하고 있는 걸까. 그건 아마 최근 나의 삶의 선택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터진 입이라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지껄이고 다녔던 걸 생각하니 한없이 부끄럽다.


1. 능력과 문제의식을 가진 자
2. 능력은 있지만 문제의식 따위 없는 자
3. 능력은 없지만 문제의식을 가진 자
4. 능력도 문제의식도 없는 자

1번이 될 수 없다면 3번이라도 되어야 하겠다. 4번은 최소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나, 2번은 사회악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최소한 상식은 있어야겠다. 적어도 옳은 일에 기뻐할 줄 알고 그른 일에 분노할 줄 아는 사람은 되어야겠다. 그래도 대체로 무해한 사람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영결식을 보고 드는 어지러운(그러나 강렬한) 생각들을 살아가면서 앞으로도 잊지 않기 위해 남긴다. 삶의 마지막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삶을 사신 그 분이 부럽다. 존경스럽다. 진실한 마음으로 애도를 표한다.



덧,

"그저 대통령 하나 죽었을 뿐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아 나는 네가 내 친구라는 것이 부끄럽다. 나는 네가 사회를 이끄는 사람이 되는 것이 두렵다. 

by 골드문트 | 2009/05/30 09:53 | 넘실넘실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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